March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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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이야기
오래전 한 도시에서.
어느 맑게 갠 날 오후에, 파이프를 입에 문 채 여름날의 벼락에 맞아 죽은 사람처럼 거기에 넋을 잃고 서 있던 모습의 남자. 그 사람은 활짝 열어젖힌 창가에서 죽어 있었는데, 누군가가 손을 대서 폭삭 사그러질 때까지 꿈같은 오후의 풍경을 감상하느라고 그곳에서 몸을 내밀고 서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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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존재와 동일한 것.
Because
감성이 감지하는 사물 곁에 머무르듯 구체적 사물 곁에 머무르지 않고 그에 앞서 존재하는 것을 지향키 때문
But
스스로 구체적 사물의 형상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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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dialogue
A : 존재를 믿나요?
B : 믿습니다.
A : 왜요?
B : 왜라뇨, 믿고 있기 때문이죠.
A : 실증할 수 있나요?
B : 신념과 실증은 관계가 없습니다.
A :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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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Do you believe in existence?
B : Yes, I believe.
A : Why?
B : Why do you ask? Because I just believe.
A : Can you demonstrate it?
B : Belief is one thing and demonstration is another.
A : well, you're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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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ask of censor
정신에는 신경증적이고, 검열관같고, 실용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의식에 뭔가 어려운 것이 떠오를 때면 차단해버리곤 한다. 이 검열관은 기억이나 갈망이나 내성적이고 독창적인 관념들을 두려워하고 행정적이고 비인격적인 것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이나 풍경은 이 정신의 검열관이 잠시 한 눈을 팔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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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과 구렁과 동기
언제 굴러 떨어질 지 모를 벼랑을 따라 걷고 있는 인간이 그 구렁을 헤아려보기 위해서는 거창한 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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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late from the outside world, but connect.
나는 나 자신을 격리시켰다.
잠시동안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이어 나는 불을 켰고 밝은 빛과 전기 버튼으로 가득한 실내 풍경은 내 원기를 회복시켰다. 방 안 어디에나 단추와 스위치가 가득했다. 음식, 의복, 잠, 음악, 생각을 불러내는 각종 단추들이었다. 따뜻한 햇빛 단추도 있었는데, 그걸 누르면 창에서 블라인드가 걷어짐과 동시에 강하지만 따뜻한 햇빛이 방의 구석까지 차올랐다. 차가운 비 단추도 있었고, 문학을 만들어내는 단추도 있었다. 내가 외부의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단추들도 물론 있었다.
비록 그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들과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가 격리 스위치를 꺼버리자 지난 3분동안 누적된 일상들이 일시에 나에게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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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of a machine
기계는 표현의 <뉘앙스>는 전달하지 않는다.
기계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모습만 전송한다.
그런 전반적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용에 도움이 된다. 불신받는 철학에 의하면, 확실하게 측정할 수 없는 개화가 인간 교제의 핵심이란 것인데, 기계는 당연히 그런 주장을 무시해버린다.
인공 과일의 제작자들이 포도의 불확실한 개화를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은 실용에 도움이 되는 것을 <좋은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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荷物
내 짐 속에는 다른 사람의 짐이 절반이다. 다른 사람의 짐을 지고 가지 않으면 결코 내 짐마저 지고 갈 수가 없다. 길을 떠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짐은 멀리 던져버려도 어느새 다른 사람의 짐이 내가 짊어지고 가는 짐의 절반 이상이다. 풀잎이 이슬을 무거워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내 짐이 아침이슬이길 간절히 바랐으나 이슬에도 햇살의 무게가 절반 이상이다. 짐을 내려놓고 별을 바라본다.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지고 온 짐덩이 속에 내 짐이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비틀거리며 짊어지고 온 다른 사람의 짐만 남아있다. 짐을 멀리 던져주고 싶다. 깊은 밤, 내가 바라는 것. 가벼이 비어있는 다른 이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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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 feelings are always purest and most glowing in the hour of meeting...
– Jean Paul Ric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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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thought
고대인들은 숙명을 믿었다. 그들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바꾼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었다. 과거와 미래의 인력은 너무나 강하여 현재는 그 사이에서 찌부러지고 만다. 우리는 유전된 패턴과 우리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변형된 패턴들의 작용력 밑에 대책 없이 깔려 있다. 이 짐은 감당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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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샘을 파내는 과정
스무 살 시절은 우물과 같아서, 그 우물이 깊을수록 평생 떠마실 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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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Dialogue
A : 그가 자네의 공책을 읽었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건 없잖나.
B : 그가 시들도 읽어 보았을까요?
A : 시들?
B : 그가 시에 대해서도 말하던가요?
A : 아니. 그에 대한 시인가?
B : 그에 대한 시가 아니에요.
A : 그렇다면 그가 보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지 않나.
B : 때때로 남의 글에서 언급된다는 것도 하나의 칭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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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의 네 번째 신청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늘 그 숲으로 와서 나무껍질에다 그들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 그들은 이름을 새겨 넣고 가버린다. 그리고 첫애가 태어나면 다시 찾아와 이름을 더욱 깊숙이 새겨 넣는다. 그들의 아이들도 역시 부모처럼 한다. 나무 속에 깊숙이 들어박힌 이름들은 대가족의 부모 이름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리고 나무껍질에 새겨졌으나 곧 메워지는 이름은 결혼하지 않은 소년과 소녀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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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alistic dream
나는 꿈을 갖고 있는데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신적인 꿈은 아니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꿈꾼다. 그것은 단단한 꿈으로서 나를 천국이 아니라 다른 땅으로 데려다 준다. 그 땅은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곳이며 실제적으로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게 무슨 뜻이고, 실제 의미가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 나는 아직 말할 계제가 아니다. 가끔 난 타인에게 <꿈에는 가치가 있다>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의 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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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 하는 영혼
“불안해 하는 영혼이라는 건,” 소년이 중얼거렸다. “태양이 나무들 사이로 질 때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온몸을 덮쳐오는 것, 그런 건가요?”
“너도 그걸 느껴 보았니?”
“예. 그런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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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or
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 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떨어진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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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욕망
그가 안에 있을 때면 언제나 그의 벽들, 벽의 문들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가 떠난 후에만 잠겼다. 그는 자기의 경계선을 다른 사람들의 침입으로부터 빈틈없이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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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indolent but agreeable condition of doing nothing.
– Pliny the You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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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y room
“내 방으로는 가지 않겠어요.” 그가 애원했다. “너무 비좁아요.”
그의 한없이 슬픈 표정은 나에게 기이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으나 내게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인가? 게다가 그의 방 창문은 유일하게 창살이 달린 창문이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한 번 더 애원했다.
“너무 비좁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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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글, 넋두리같은 글
A : 사람 마음이 곁에 있다 싶을때는 한없이 서로에게 큰 산이 되는듯 하다가도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은 참 냉랭하기 짝이없습니다. 또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고 사람을 만나는 날들은 어떻게든 오겠지요. 친구가 되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요즈음은 그런 세상이니 그리 살자고들 하니까요. 내가 그런 사람이 못되도 그리 살게끔 강요받는 세상이니까요.
B : A의 말마따나 그리하지 않더라도 그리하도록 강요받는 세상에서 A도 그리고 B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네요. 퍽 잘 살아가든, 힘겨워하며 살아가든 말이죠. 집에 가는 버스 안은 여러 사람들이 보이네요. 휴대기기로 영상을 정신없이 보는 사람, 쇼핑백을 무릎 위에 얹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미동도 않는 사람, 그리고 저같이 휴대폰으로 바쁘게 타자를 치고 있는 사람. 버스 안 공기가 차갑네요.
A : B가 집으로 가는 길위의 시선을 느낄수 있어 좋았습니다. B의 시선을 쫓아 얼굴을 돌려보게 되는 느낌이 정말 가까이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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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을 만난 이야기
그는 먼저 밤과, 자기 머리 위의 별과 행성에 대해서 말했다. 자기 발밑의 반딧불이에 대해서, 반딧불이 아래의 보이지 않는 바다에 대해서, 아네모네로 뒤덮인 거대한 바위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잠자고 있는 조개들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강과 폭포, 탐스러운 포도송이, 베스비어스 산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원추형 꼭대기와 그 연기를 만들어 내는 불의 통로, 뜨거운 지표 밑의 우묵한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무수한 도마뱀들, 그의 머리카락 위로 비처럼 쏟아지는 하얀 장미 잎사귀들에 대해서 말했다. 이어 모든 사물을 변화시키는 비와 바람, 모든 것에 생기를 불어넣는 공기, 모든 사물들이 피신하는 숲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물론 그것은 어리석을 정도로 과장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삶의 고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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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e from something
끝없는 뉴스 속보와 유명인의 가십이 악몽처럼 시끄럽게 울리는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누군가 들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목소리들이 들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정신과 영혼의 여정과 삶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다.
자유인은 결코 탈주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멀어져가는 것에 익숙하다. 거부는 거부하는 법을 가르친다.
나는 늘 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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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capito
내가 지나간 과거 속에서 살고 있지 않는 한, 나는 내 앞에 찬란한 미래가 펼쳐져 있다며 자신을 속일 수 있었다. 뒤를 돌아다보는 것은 너무도 마음 아픈 일이어서 나는 똑바로 앞만 쳐다보았다.
우리는 어슴푸레한 어둠 속으로 나아간다. 색정의 기이한 조합, 야릇하고 관능적인 사중주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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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important, have the courage to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They...
– Paul 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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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적암과 책장의 공통점
각각 그 위에 쌓인 동시대의 삶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퇴적암의 지층은 책의 책장들과 같다. 불행히도 그 기록은 절대로 완전하지 않다. 어느 쪽에서든 퇴적이 일어나지 않거나 기존의 퇴적물이 부식되어버리는 새로운 시기가 늘 퇴적층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층이 비틀리거나 접히면, 혹은 산을 만드는 것 같은 거대한 지각변동 때문에 완전히 뒤집히면 퇴적층의 연속은 더욱 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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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사람들은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애무하고, 원하고,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더 길이 든다. 그건 정말 어린애 장난, 바보짓, 그리고 곡예가 모두 하나로 합쳐진 쇼같은 일이지만
그 사람들이 죽는 날까지 그런 식으로 계속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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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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